국립대 무상등록금, 정당한 정부 개입은 ‘반쪽’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2027학년도 대입 수시원서 접수가 마감되었다. 접수과정에서 발생한 민간 원서접수 대행사 시스템 ‘먹통’사태로 인해 국가차원 공적 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수시원서 접수 이후 가장 핫한 이슈는 지방 국립대 무상등록금이 지방 국립대 경쟁률 제고에 미친 영향이다. 교육부는 2027학년도부터 지방 국립대 30개교 신입생 가운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에게 학자금 지원구간과 관계없이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원 학년은 2028년 2학년, 2029년 3학년, 2030년 4학년으로 순차 확대되어 사실상 지방 국립대 무상등록금 시대가 열린다. 재원은 총 3280억원 규모의 ‘지역 균형 발전 장학금’이며, 이 가운데 국립대 전액 장학금에 2130억원이 배정된다.
고등교육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당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학생 개개인이 합리적으로 수도권을 선택한 결과가 지역 전체로는 인재 유출과 지역 소멸이라는 비합리적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볼 수 있다. 개별 선택의 합이 공동체의 최적을 만들지 못할 때 공적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으며, 헌법 제123조가 국가에 지역 간 균형발전의 의무를 부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지방 국립대 무상등록금 정책이 이미 수험생의 계산식을 바꾸었다는 점도 정부 개입의 실효성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입시정보 플랫폼 진학사가 2027학년도 수시모집 지원자 27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7학년도 수시에서 지방 국립대에 지원한 수험생 10명 중 4명 이상이 등록금 지원정책이 지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마중물은 분명히 물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 개입의 정당성은 ‘개입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인가’에서 최종적으로 판정된다. 정책의 목적이 지역 균형발전이라면, 지원의 기준은 ‘어느 지역에서 공부하는가’여야지 ‘어느 설립 주체의 대학에 다니는가’일 수 없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약 80%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설립 주체가 아니라 지역에서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을 정책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립대의 이해관계를 걷어내고 보더라도 이 지적은 논리적으로 매우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더 뼈아픈 것은 정책 효과의 방향성이다. 파격적인 금전적 혜택에도 수도권 선호 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정책이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학생을 끌어오기보다 같은 지역 안에서 사립대 학생을 국립대로 옮기는 제로섬 게임에 그칠 위험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지역 인재를 지킨 것이 아니라 지역 대학 간 서열을 재배치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책 발표 시점 역시 문제였다. 수시모집을 불과 열흘가량 앞두고 정책이 발표되면서 지방 사립대 학생 모집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지방 사립대의 존립을 무조건 보장하자는 말이 아니다. 학령인구 절벽 앞에서 모든 대학이 살아남을 수는 없고,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정부가 국립대 육성이라는 한쪽 손만 움직이고, 사립대 구조개선이라는 다른 쪽 손은 놓아둔 채 시장의 ‘자연도태’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가 개입해 경쟁 조건을 바꿔 놓았다면, 그 결과로 발생하는 퇴출과 전환의 비용도 국가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 개입의 책임 윤리다. 정부가 지방 사립대 지역인재장학금을 4천 명에서 1만 명으로 확대한 것은 첫걸음이지만, 2027학년도 6만 명에서 2030년에는 약 26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국립대 전액 지원과 견주면 균형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장학금 설계를 설립 주체 기준에서 학생·지역 기준으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경쟁력 있는 지역 사립대에는 공영형 전환이나 국립대와의 기능 분담을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에는 명예로운 퇴로(자산 처분과 구성원 전환을 위한 법적·재정적 경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 셋째, 이 모든 결정을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국립대·사립대·지자체·산업계가 함께 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고등교육은 몇 개의 우수한 국립대가 아니라 다양한 대학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생태계로 존재할 때 지역을 지탱한다. 마중물은 물을 끌어올리는 데 쓰는 것이지, 우물 하나만 채우는 데 쓰는 것이 아니다. 즉, 교육에 대한 정부 개입 자체는 정당하지만 그 정당성은 개입을 ‘완성’할 때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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